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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발달장애 아동에게 '네', '아니오'를 가르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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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천센터 작성일25-03-17 11:16 조회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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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발달장애아동에게 의사소통 가르치기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네', '아니오'를 가르칠 때 '네', '아니오'가 적혀진 의사소통 판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현주
민호는 반향어를 통해 ‘네’라고 대답하는 방법을 익혔다.

치료실에서 민호는 “쥬스줄까?”라고 물으면 “네”라고 대답하고 교사는 쥬스를 잔에 따른다. 따른잔을 들고 민호는 마시는 시늉을 했다. 교사는 “화장실 가고 싶어요?”라고 물으면 “네”라고 대답하도록 지도했다. 우리는 민호가 반향어가 아닌 어떤 상황에서 ‘네’라고 자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환호하고 열광했으나, 곧 이것에 대한 문제를 느꼈다. 민호는 교사의 질문에 고민하거나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민호가 아이들과 함께 정수기 쪽으로 걸어가자 교사는 ‘물먹고 싶어요?’라고 물었고, 민호는 여느 때와 같이 ‘네’라고 대답했다. 물 컵에 물을 받아든 민호는 가만히 서 있었다. 뒤에서 아이들이 빨리 먹고 비켜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교사는 민호를 바라보고 “민호 물 먹기 싫어요?” 물었다.

민호는 “네” 대답했고, 교사는 물 컵을 비워주었다. “민호야, 물먹기 싫을 때는 ‘아니오’라고 이야기하면 되는 거야.”

민호는 당황했고, 다시 반향어로 “아니오. 이야기하면 되는 거야”라고 몇 번이고 따라서 이야기를 했다.

가만히 보니 민호는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모르는 상황,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예전처럼 다시 반향어로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민호가 선택해야 하는 어떤 과제에 있어서 아이가 좋은지 싫은지 알 수 가 없으니 답을 정해놓고 “물먹고 싶어요? 네.”, “물먹고 싶어요? 아니오.”라고 이야기하는 방법을 쓸 수도 없었다.

확실하게 네, 아니오를 구분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함께 고민을 했다. 아이의 강화물을 다시 조사해보는 것에 동의하고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목록을 만들었다. 특히, 편식이 심했던 민호는 음식에서의 선호도가 분명했는데, 그간 편식지도를 통해 많은 부분 개선되었지만 김치와 같이 매운맛이 나는 음식, 나물과 같은 질겅이는 촉감의 음식을 싫어했다.

교사는 식사시간마다 의도적으로 민호에게 다가가 “김치 더 줄까요?”를 물었다. 민호가 별 생각 없이 “네”라고 대답하는 날에는 민호는 입을 불어가며 김치를 더 먹어야 했다. 몇 번 반복하자 교사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몇 주 지나지 않아 “김치 더 줄까요?”라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의사표현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요구하기'를 가르치는 것이다. ⓒ박현주
의사표현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요구하기’를 가르친다. ‘네’, ‘아니오’라는 대답하기는 어떻게 보면 교사의 질문에 수동적인 반응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세요’, 요구하기부터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이다. 하지만 ‘네’, ‘아니오’를 가르치려고 목표를 잡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대부분 자발적인 의사표현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이다. 한 마디로 자발어에 대한 동기가 없고, 아쉬운 것이 별로 없는 아이들이 있다.

‘물 먹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있지만 교사가 다시 물어보면 대답을 하지 않고 물먹기를 포기해버린다.

아이들이 의사소통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알아야 말을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렇게 포기가 빠른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 자발적인 의사표현이라도 시작해보려고 ‘네’, ‘아니오’를 지도한다.

‘네, 아니오’를 지도할 때는 제일 조심해야할 것은 ‘할 수 없는 것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외놀이터에 나가 노는 시간에 교사는 교실에서 이 아이만 봐줄 수 없음에도 ‘놀이터가서 놀고 싶어요?’의 질문을 해서 ‘네’, ‘아니오’로 대답하는 상황을 만들거나, 친구들이 모두 놀이터로 나가는 시간에 질문의 기회를 삽입하고자, 의사소통판을 가지고 와서 “놀이터 가고 싶어요?”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가 “아니오”를 고르거나 말하면 그때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찬가지로 편식을 줄이는 것이 이 아이의 목표인데, “김치 먹고 싶어요?”라고 물어본다면, 아이가 당연히 “아니오”를 고를 것이고 교사는 김치를 안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런 딜레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애초에 ‘네’, ‘아니오’를 지도하는 상황을 설정할 때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상황에서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실 가고 싶어요?” 네, 아니오. “과자 먹고 싶어요?” 네, 아니오. 이런 식으로 아이가 어떤 것을 선택해 답을 해도 수용해줄 수 있는 상황에서 ‘네’, ‘아니오’를 가르쳐야 한다.

‘네’, ‘아니오’를 가르칠 때, 굳이 음성언어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동그라미 엑스가 그려진 의사소통 판을 만들어서 ‘네’, ‘아니오’를 지도할 수도 있고, 아이의 고개를 끄덕임, 가로저음으로 시작해도 된다. 교사의 말에 수용할 때 아이가 보이는 작은 포인트를 찾아서 동작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거부할 때 보이는 고개저음, 소리 지름이 동시에 나온다면 고개를 가로 젓는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네 의사를 알겠다는 존중의 태도를 보여 소리 지르지 않고 고개만 저어도 ‘아니오’의 의사로 존중해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렇듯 보완대체 의사소통을 시작할 때는 부모에게 안내해주는 절차와 아이가 보이는 행동, 또는 의사소통 판에서 선택하는 연습은 가정과 함께 하는 것이 좋으며 장애를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때도 아이의 의사가 이해가 되는 표현이 된다면 더 좋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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