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

영아들은 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걸까? 걷기, 방향 바꾸기, 뒤로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경사로 오르고 내리기, 경사로 사선으로 걷기, 한발 들어보기, 두 발 모아 점프하기, 발끝으로 서 보기, 발을 한쪽씩 번갈아 디디며 걷기, 낮은 장애물 넘기 등 영아들이 끊임없이 반복 연습하는 이동 운동은 실로 다양하다. 영아들은 때로는 마치 운동선수나 군인이 훈련을 하듯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연습하며, 몸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고 균형을 맞추며 더욱 정교하게 움직이는 법을 익혀 나간다.

생후 몇 개월이 지나면 아기들은 엎드린 채로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팔과 다리를 차며 힘을 기르는 동작을 반복 연습하고, 이후 기어 다니면서 방향을 바꿔보거나 장애물을 넘으려는 시도를 하며 균형 감각과 신체 조절 능력을 길러 나간다. 생후 10개월이 넘으면 가구를 붙잡고 일어서기를 반복 연습하면서 다리에 힘을 기르고, 첫걸음을 뗀 후에는 앞으로 걷는 것뿐만 아니라 방향 전환하기, 뒤로 걷기, 경사로 오르내리기, 계단 오르기 등을 지속적으로 연습하며 더욱 정교하게 몸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아기들은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 연습하면서 몸이 균형을 잡는 법을 터득하고, 손을 뻗어 물건을 잡고 놓는 과정에서도 세밀한 조절 능력을 키워 나간다.

이런 반복 연습은 단순히 영아기 동안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영아들은 본능적으로 평생 동안 필요할 움직임을 익히는 과정에 있으며, 반복 연습을 통해 신체 조절 능력, 균형 감각, 공간 감각을 발달시키면서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는 움직임의 기초를 형성한다. 한발을 들어 균형을 잡는 연습을 하면서 넘어지지 않고 몸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고, 뒤로 걷거나 사선으로 걷는 과정을 반복 연습하면서 공간 감각을 익히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작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지형에서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몸을 단련한다. 낮은 장애물을 넘으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을 기르고, 손으로 작은 물건을 쥐었다 놓기를 반복 연습하면서 이후 도구를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 손의 움직임을 익혀 나간다.

즉, 영아가 같은 동작을 반복 연습하는 것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평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신체 조절 능력을 키우는 자연스러운 학습 과정이다. 때로는 운동선수나 군인이 기술을 연마하듯이 한 동작을 계속해서 연습하며 균형을 잡고 몸을 조절하는 법을 익혀 나가고, 이렇게 쌓인 경험이 결국에는 일생 동안 활용될 신체 활동의 토대가 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사실은 더 넓은 세상을 탐색하고 이해하기 위한 본능적인 발달 과정이며, 아이가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 연습하는 순간이야말로 일생 동안 필요한 신체 활동을 익히고 연습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반복 연습이 뇌 발달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영아가 바깥놀이터에서 걷기와 같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연습할 때, 뇌의 운동 피질(Motor Cortex)이 활발히 활성화된다. ⓒ김영명

영아가 다양한 표면과 장애물을 스스로 탐색하며 움직일 때, 감각 통합 능력이 발달한다. ⓒ김영명
◇ 내 몸을 움직이며 배우는 뇌: 반복 연습의 비밀

영아가 바깥놀이터에서 걷기와 같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연습할 때, 뇌의 운동 피질(Motor Cortex)이 활발히 활성화된다(Adolph & Berger, 2006; Thelen & Smith, 1994). 똑바로 걷기에서 시작해 뒤로 걷기나 내리막길 걷기 같은 변형 동작은 뇌가 새로운 움직임 패턴을 학습하도록 자극하며, 신경 회로가 강화된다. 사선으로 걷거나 내리막길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는 소뇌(Cerebellum)가 자세와 균형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반복을 통해 정교한 움직임 조절 능력을 발전시킨다. 또한 내리막길 걷기나 사선으로 걷기 같은 활동은 몸의 균형을 조절하는 전정감각, 시각적 정보의 처리를 통해 다양한 감각을 통합하고 활용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영아가 다양한 표면과 장애물을 스스로 탐색하며 움직일 때, 감각 통합 능력이 발달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영아가 환경에 적응하고 학습하는 데 필요한 기초를 형성하며, 이후 인지 능력과 언어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아가 걷기, 달리기, 발차기 같은 동작을 반복 연습할 때, 좌우뇌를 연결하는 뇌량(corpus callosum)의 기능이 강화되며, 이는 좌우뇌 간 정보 교환을 더욱 원활하게 만든다. 특히, 한 발로 차기와 같은 비대칭적 동작은 양쪽 뇌의 협응을 촉진하고, 신체 조정력과 대칭적 움직임의 조절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좌우뇌 간의 협력은 단순히 신체 발달을 넘어 인지적 유연성과 문제 해결 능력의 발달로 이어진다.

◇ 움직임으로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다

새로운 동작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성공을 경험한 영아는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한 발로 공을 차거나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동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 뇌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정서적 안정과 자아 존중감을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영아는 스스로 도전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세상을 탐색하는 능력을 키워간다.

반복 연습을 할 수 있는 실내외 충분한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 

영아가 반복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아이가 스스로 탐색하고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특정 동작을 제안하거나 지시하기보다는, 영아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양한 동작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Thelen & Smith, 1994). 영아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발달에 필요한 동작을 선택하고 반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해하지 않고 지원하는 것이 최선이다

안전하고 자극적인 환경은 영아가 스스로 다양한 동작을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내에서는 기어 다니거나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고, 실외에서는 놀이터, 잔디밭, 경사진 언덕, 모래바닥, 계단 등 다양한 표면에서 아이가 자유롭게 탐색하고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은 영아가 스스로 걷기, 뒤로 걷기, 뛰기, 넘어지기, 계단 오르내리기, 균형 잡기와 같은 움직임을 통해 신체와 뇌를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동작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성공을 경험한 영아는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형성한다. ⓒ김영명

안전하고 자극적인 환경은 영아가 스스로 다양한 동작을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영명
◇ 부모와 교사가 지원하는 영아의 스스로 연습

부모와 교사는 영아가 자유롭게 탐색하고 실험하는 동안 관찰하면서 필요할 때 안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아가 내리막길을 스스로 내려가는 동안 곁에서 지켜보되,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이건 이렇게 해봐?"와 같은 제안이나 "이건 어떻게 해볼까?"같은 질문보다는 "이제 내리막길도 잘 내려가는구나"와 같은 구체적이면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면 영아가 자율성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 스스로 움직이는 반복 연습이 만드는 뇌의 성장

영아가 반복적으로 스스로 동작을 연습하는 것은 뇌와 신체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시기의 동작 연습은 운동 피질, 소뇌, 그리고 좌우뇌의 협력을 촉진하며, 감각 통합 능력을 강화하고 정서적 안정과 함께 초기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초를 발달시킨다. 부모와 교사의 적절한 지원은 아이의 발달 가능성을 극대화하며, 영아 스스로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성장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아의 반복적인 움직임은 단순히 신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뇌를 성장시키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글은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가 보내왔습니다. 베이비뉴스는 보육과 유아교육 발전을 위해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습니다. 기고를 싣고 싶거나, 기사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독자님께서는 이메일(pr@ibabynews.com)로 자료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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