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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영유' 다음은 '7세 고시 패스'…대치동은 레벨테스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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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천센터 작성일23-07-05 16:47 조회1,3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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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영어학원 가려 일대일 과외…레벨테스트 전용 '프렙'도 인기

"대치동서 조기 영어교육 안하면 초등생 때 갈 학원도 없어"

대치동 학원가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이율립 기자 = 자녀의 '영유'(영어유치원) 졸업이 다가올 무렵인 10월이 되면 강남구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선 '레테 전쟁'이 시작된다.

영어유치원 졸업 후 유명 초등 영어학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한 '레테'(레벨테스트)를 치르기 위해서다.

대치동의 영어학원은 10월께 예비초1 수강생을 모집한다.

이른바 '빅5', '빅10'으로 꼽히는 초등생용 유명 영어학원의 예비초1 레벨테스트 난도는 갈수록 높아져 '7세 고시'란 말도 나왔다.

영어유치원이 모여 있는 대치동 학원가
영어유치원이 모여 있는 대치동 학원가

[촬영 이율립]

◇ '7세 고시 패스' 위해 일대일 과외, '프렙'도 인기

"7세 말 무렵 엄마들의 불안이 최고조로 올라가 다들 7세 고시에 목숨을 걸죠."

서울 송파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는 이미정(가명·37)씨는 30일 "요즘은 이르면 5세(이하 세는 나이), 늦어도 6∼7세에 영유를 보내는 게 트렌드"라고 했다.

이씨는 "입학 테스트를 통과해 어렵게 영유에 들어간 뒤 3년 정도 안심하며 보내다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다시 한번 '레테 전쟁'이 열린다"고 말했다.

일단 유명 학원은 레벨테스트 신청 자체가 치열해 '클릭 전쟁'부터 치러야 한다고 한다.

그는 "영유를 나왔으니 일반 유치원 출신도 다닐 수 있는 동네 영어학원에는 보내기 싫고, 지금껏 배워 온대로 원어민이 있고 미국식으로 배울 수 있는 학원은 많지 않아 7세 고시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씨는 아이를 영어유치원 대신 하루 3시간씩 영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 유치원에 월 150만원을 내며 보냈지만, 영어유치원 아이들에 비해 부족한 '스피킹'(말하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별도로 원어민 영어 과외도 시켰다고 한다.

실제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맘카페에는 7세 고시, 영어 학원 레벨테스트 준비 조언을 구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면서 레벨테스트 대비를 위한 1대 1 과외를 병행하기도 하는데 강남권에서 과외 비용은 시간당 7만∼8만원, 많게는 10만원까지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유명한 과외 선생님을 얻으려면 1년은 대기해야 한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입학 1년전인 7세 때 영어유치원을 관두고 이 레벨테스트 준비에 집중하는 '프렙'의 인기도 늘고 있다. 영어 말하기에는 유창해진 아이들이 '라이팅'(쓰기) 시험을 대비하도록 생겨난 학원이라고 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7세 딸아이를 키우는 황모(40)씨는 "성인이 됐을 때 영어 부담을 없애주고 싶어서 3년째 월 170만원짜리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며 "꼭 좋은 학원에 보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프렙에 보내지 않지만 주변에선 거의 다 보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7세, 4세 아이를 키우는 김모(36)씨도 "이 동네 사람들 대부분 아이를 영유나 프렙에 보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치동에서는 조기 영어 교육을 하지 않으면 초등생 때 들어갈 수 있는 학원이 없어서 오히려 다른 지역에 학원을 보낸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사교육 카르텔' 집중 신고 기간 운영
'사교육 카르텔' 집중 신고 기간 운영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해 집중단속을 시작한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있다.
교육부는 '공교육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최근 논란이 된 수능 킬러문항 등과 관련해 이날부터 2주간 학원 과대·과장 광고 등에 대한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2023.6.22 yatoya@yna.co.kr

◇ "반에서 3명 빼고 영어유치원 출신"…사교육비 '주범' 지적도

영어유치원은 강남권 등 교육열이 높고 부유한 지역에서는 평균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아 대상 영어학원, 즉 '영유'는 2018년 562곳에서 지난해 811곳으로 늘었다. 이 중 58.4%는 서울·경기에 밀집해 있다.

국회 교육위 민형배(무소속)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기준 유아 대상 영어학원 745곳 중 월 학원비가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407곳,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34곳, '300만원 이상' 2곳이었다. 10곳 중 6곳은 월 학원비가 100만원이 넘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의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낸다는 이씨는 "담임 선생님 말로는 아이 반의 40%가 영유를 나왔다고 하는데 교육열이 높다고 소문난 옆 학교에 다니는 지인 딸의 경우 반에서 3명을 제외한 나머지 20명이 영어유치원을 나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걸어가면서도 공부
걸어가면서도 공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렇게 유아 시기부터 거듭 높은 난도의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과도한 학습 스트레스를 안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달 유치원비가 기본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유아 사교육비 부담의 '주범'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7세 고시의 등장은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학부모의 경험과, 생존을 위해 위기감을 조장하고 효과를 과장하는 학원들의 경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가 지적으로 뛰어나고 학습 의욕이 강할 때는 이러한 시도가 아이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면서도 "아이가 역량이 되지 않는데 교육을 몰아붙이면 지적·정서적·신체적 발달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유아 단계에서는 학습 사교육 자체가 신체·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일 수 있다"며 "영유아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유아교육법 개정 등 법체계와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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