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주문 쏟아지는 수작업 그림책…1년 기다리라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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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천센터 작성일18-07-13 15:51 조회2,5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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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사실 핸드메이드 책의 경우, 없어서 못 파는 실정입니다. 그럴 마음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규모를 키울 수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이 책을 좀 더 찍어달라, 언제까지 이 책이 필요하다' 이런 식의 요청도 많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죄송합니다. 1년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인도의 그림책 출판사 타라북스 공동창업자인 지타 볼프(Gita Wolf)와 비 지사(V. Geetha)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 국내 출간된 책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타라북스'(남해의봄날)에 담긴 인터뷰 내용이다.
이들은 마침 12일 막을 열어 10월 28일까지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열리는 '타라의 손' 전시회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이 전시회에선 타라북스의 그림책 원화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타라북스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2013년 최고의 아시아지역 출판사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2008년 제3세계 국가의 우수 출판 프로젝트에 수여하는 뉴호라이즌상과 라가치상을 받았다.
직접 제작한 종이에 한 장 한 장 인쇄한 그림으로 책을 만들고, 지역의 많은 장인과 협업해 인도의 민속 예술과 전설, 문화, 철학을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손수 찍어낸 핸드메이드 그림책은 뛰어난 예술성과 장인정신을 인정받아 전 세계에서 주문이 밀려든다. 8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도 나왔다.
한국에는 대표작인 '나무들의 밤'을 비롯해 '배고픈 사자', '꿈꾸는 소녀 테주' 등 10권이 번역 출간돼 있다.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는 이렇게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타라북스의 철학과 제작 비법을 탐구하기 위해 일본 작가 세 명(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이 2년간 인도를 방문해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타라북스 창업자들은 책 주문이 쏟아져도 돈을 벌기 위해 회사 규모를 키우는 대신 작은 규모를 유지하며 책 한 권 한 권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규모를 크게 만드는 것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일의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직원이 스무 명 정도라면 일을 하며 그들 개개인과 충분히 의사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죠. 그러나 오십 명으로 늘어난다면 전혀 다른 상황이 됩니다. 그게 잘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책(일)의 질, 동료들 간의 관계, 일과 사람의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게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30쪽)
1988년 한 북 페어에서 만나 페미니스트 그룹에서 같이 활동하기도 한 두 사람은 1995년 자기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만들기 위해 타라북스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여러 종류의 책을 내다가 "시각 요소만으로 이뤄진 책과 텍스트와 시각 요소를 조합한 책"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진심으로 성실한 어떤 것이며, 꼭 완성형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고유한 문화예술과 특별한 재능을 발굴하기 위해 인도의 소수 민족 예술가들에게 관심을 두게 된다. 이후 지역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세상 어느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예술그림책들을 만들어냈다.
"인도에는 '달리트'라 불리는 불가촉천민 계급이 존재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 중에도 그런 계급에 속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왜 이런 예술 행위를 하고 있는지, 그들의 예술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독자들에게 호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소수 민족 예술가들이 아닌, 우리의 정치적인 주장이지요."
이들은 또 "전자책의 효용은 인정하지만 모든 것이 전자책으로 대체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손으로 만드는 종이와 예술의 가치를 강조했다.
정영희 옮김. 304쪽. 1만7천원.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7/13 06:0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