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울고 있는 내면의 그림자 아이 찾아 자존감 치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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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천센터 작성일19-07-26 12:19 조회3,11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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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우리 인생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우리가 햇빛을 받으며 서 있기 때문에 생긴다."
19세기 미국 시인이자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말이다. 햇빛이 있어 그림자가 있고, 그림자가 있어 햇빛이 있다는 양자 관계의 당위성을 함축한다.
독일 심리학자인 슈테파니 슈탈의 심리치료도 이에 기반을 둔 것 같다. 그는 1993년부터 25년 넘게 심리치료 활동을 하면서 '자존감'과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슈탈에 따르면, 우리 내면의 무의식에는 세 가지 존재가 있다. 기뻐하는 아이인 '햇빛 아이'와 상처 입은 아이인 '그림자 아이', 그리고 이를 치유해 성숙한 자존감을 갖게 된 '어른'이 바로 그들이다.
그의 저서 '내 안의 그림자 아이'는 이 가운데 '그림자 아이'에 초점을 맞춰 상처의 실체와 극복법을 일러준다. 아픈 영혼을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했을 때 타인과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내면 치유'와 '자존감 회복' 신드롬을 일으켰다. 우리 내면의 무의식 속에 사는 내면 아이를 '햇빛 아이'와 '그림자 아이'로 구분한 뒤 그림자 아이가 불안, 고통, 분노,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 안정, 치유, 희망, 기쁨의 긍정적 감정을 찾아가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자존감이란 '나 자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어떤 일이든 잘 해낼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감정 상태다. 이 자존감이 훼손되면 자신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 원인이 어린 시절에 부정적으로 각인된 무의식, 즉 그림자 아이에게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림자 아이가 내면에 쪼그려 앉은 사람들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평범한 실수를 하고서도 쉽사리 자기 자신을 열등하다거나 무가치한 존재라고 폄하해버리곤 한다. 이렇게 낮아진 자존감은 또다시 관계에 대한 불신으로 확장돼 인간관계를 무너뜨린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그림자 아이가 취하는 다양한 형태의 방어 전략을 먼저 살펴본다. '현실 떨쳐버리기', '자신을 희생양으로 간주하기', '인정 중독', '통제 집착', '권력 과시', '도망·후퇴·회피'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할수록 우리는 그림자 아이의 방어 전략이 사태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교란 신호였음을 알게 된다. 그림자 아이의 방어 전략을 이해하고 성숙한 내면의 어른이 그림자 아이를 위로해줄 때 그림자 아이도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라고 여기며 긍정적이고 행복한 햇빛 아이로 성숙해간다는 얘기다.
참된 자존감은 상처투성이인 내면의 그림자 아이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지금 이대로의 나'를 발견하고, 직시하고, 만나는 것이다. 그랬을 때 불완전하더라도 자존감에 온전한 지지를 보낼 수 있다.
그림자 아이와 햇빛 아이가 안전하고 사랑 넘치는 고향을 많이 발견할수록 내면은 편안해지고 그만큼 타인에게 마음을 열어 호의를 베풀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우리의 삶이 '내면 아이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며 책 들머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자신이 보호받고 안전하며 환영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누구나 긴장을 풀 수 있고 원래의 자기 자신으로 완벽하게 돌아갈 장소가 필요하다. 부모님이 사는 집이 그런 장소로서는 가장 이상적이다. 부모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고, 우리는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우리에겐 따뜻한 고향이 있는 것이다."
쌤앤파커스. 오공훈 옮김. 488쪽. 1만8천원.
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7/18 10:2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