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아기는 가고 싶은 곳을 직접 걸어가서, 보고 싶은 곳을 보고, 만지고 싶은 것을 맘껏 만지고 느껴본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 품에만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를 만나는 것입니다.
엄마 품에만 있을 때에는 엄마가 데려가야 갈 수 있고 보여줘야 볼 수 있었지만, 이제 내가 직접 몸을 움직여서 내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아기에게 무한한 유능감을 제공해주는 원천이 됩니다. 그래서 걷기를 ‘제2의 탄생’이라고 말합니다. 걷기는 아기의 발달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신체발달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서 인지, 정서, 사회적인 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신체적으로 민첩한 아기는 놀이터에서 놀이기구에 다가가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빠르게 미끄럼틀을 타고 오르며, 놀이터 모래밭을 깡충깡충 걸어다닙니다. 그러다가 또래를 만나면 또래에게 관심을 보이고 접근하는 것도 먼저 시도하고, 그에 필요한 정서적이고 언어적인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아기는 집 밖의 세상에 관심과 호기심을 보이면서 궁금함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보이고자 계속 집 밖으로 나가기를 선호합니다.
물론 아무래도 엄마는 아기보다는 신체적 에너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지요. 거기에 동생까지 있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동생이 없더라도 엄마들이 한창 육아에 힘을 뺏기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육아전쟁’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엄마는 집에 있자고 하고, 아기는 나가자고 하죠. 그러다가 어느 한편이 이기면 어느 한편은 질 수밖에 없어서, 지는 쪽은 욕구가 좌절되기도 합니다. 바람직한 상황은 엄마가 아기를 따라다니는 것입니다. 아기가 앞서서 걸어나가고, 엄마는 뒤서서 아기의 행보를 따라가야 합니다. 막 걷기를 시작하는 영아를 동반할 때의 보행 수칙이 바로 이것입니다. 아기는 앞에, 엄마는 뒤에 서는 것입니다.
아기는 세상의 모든 것이 진기하고 신기롭기만 합니다. 그러한 신기함에 경이를 보이면서 ‘오우~’ 또는 ‘아우~’라고 감탄하면서 세상을 탐색합니다. 뒤에서 엄마가 지켜보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맘껏 탐색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아기가 보이는 호기심이 차후 아기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요인이 됩니다. 그러므로 아기에게 지나치게 과보호를 하거나, 지나치게 통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과보호를 하는 경우, 세상이 위험하다고 엄마가 안거나 업어주기만 한다면, 아기는 걷기를 통해서 세상을 탐색하는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걷기연습이 부족하면, 실제로 걷기능력에 저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통제를 하는 경우, 아기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안 돼, 위험해!”라고 말하면, 세상은 온통 위험한 곳으로만 인지함으로써 스스로 탐색하려는 성향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적절히 안전하게 양육하면서 동시에 걷기의 기회를 충분히 발휘하도록 도와줄 때, 아기는 걷기를 하면서 자기 몸의 조절을 배우게 되고, 그럼으로써 자기 몸을 능숙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유능감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만나는 세상은 아기에게 유능감과 함께 뭔가를 해보려는 동기를 유발시키게 됩니다.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면서 아기는 인지발달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