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스마트폰으로 독서? 탑 쌓고 놀더라도 책으로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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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천센터 작성일20-02-19 15:02 조회2,9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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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영유아 ‘불안’을 팝니다⑩] 정승훈 국제도서관교육연구소 연구원 인터뷰(下)
【베이비뉴스 김윤정·최규화 기자】
연간 3조 7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영유아 사교육비. 등골 휘는 비용에도 많은 부모들은 ‘불안’ 때문에 오늘도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그 불안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에겐 어떤 대안이 있는 걸까. 베이비뉴스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기획으로 열두 명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답을 구했다. - 기자 말
☞ (상편) "책 많이 읽으면 공부 잘한다? 부모 마음속 잘못된 신화"에서 이어집니다.
정 연구원은 “영유아 시기엔 종이책이 가장 좋다”고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요즘은 스마트폰 때문에 영상 매체를 일찍 접하는 아이들이 많다. 스마트기기의 최초 이용 시기가 평균 2.27세라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다(육아정책연구소, 2013). 스마트기기가 생활 깊이 들어오면서 독서 활동도 변했다. 직접 책을 ‘읽는’ 대신, 영상으로 ‘보고’ 음성으로 ‘들을’ 수도 있는 시대다.
실제로 스마트기기로 책을 ‘보고’ ‘듣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출시돼 있다. 일부 제품들은 스마트기기를 통한 독서가 독서량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정 연구원은 “스마트기기의 강한 자극에 빠져들면 책이 심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영유아기에는 종이책으로만 활동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왜냐하면 영유아기의 매체 사용은 ‘상호작용’ 속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 정 연구원은 “스마트기기로도 충분히 지식과 정보를 쌓을 수는 있지만 영유아기의 독서 활동은 반드시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며, “영유아기에는 교감 없이 일방적인 매체 접촉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유아기 책 읽기의 목적을 학습이 아니라 “정서적 공감”에 두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정 연구원은 “영유아기에는 책을 만지고 뜯고, 책으로 탑을 쌓고 도미노를 세우며 놀더라도 책을 가지고 놀게 둬야 한다”며, “아이가 책장에서 직접 책을 빼서 만지고 놀고 꽂아놓는 것 자체가 책 읽기 활동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책을 읽은 뒤에는 책과 관련된 활동을 함께하면 좋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독서 후 활동 역시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정 연구원은 “평면적으로 책만 읽는 것보다 활동과 연결하는 게 좋다”고 독서 후 활동을 권하면서도, “인지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책에 관한 좋은 추억으로 남게 하라”고 조언했다.
「독서 후 통합활동이 유아의 창의성과 자아개념에 미치는 영향」(곽방은·이경화, 2018) 연구에서는, 독서 후 통합활동이 유아의 창의성과 자아개념을 향상시키기에 적절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세 유아 28명을 둘로 나눠 실험연구를 진행했다. 한쪽 집단에는 12차시로 구성된 독서 후 통합활동을, 다른 집단에는 만 5세 누리과정 주제에 따른 활동을 진행한 결과, 독서 후 통합활동이 유아의 언어창의성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창의적 성격에 있어서 호기심, 독립심, 과제집착력, 전체 창의적 성격이 향상됐고, 통합창의성에서도 향상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자아개념에 있어서도 인지적, 신체적, 총 자아개념 향상의 효과가 있었다.
◇ "영유아기 독서, 사람과 상호작용 있어야… 일방적 매체 노출 부정적"
정 연구원이 아이와 함께 작성한 독서 활동 기록장.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자유롭게 작성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영유아기 아이들과 쉽게 할 수 있는 독서 후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영유아기에는 마음에 드는 책의 장면을 간단하게 표현해보거나, 책을 매개로 해 이야기하는 것 정도면 충분해요. 가벼운 나들이처럼, 책과 관련한 장소를 가보는 방법도 있죠.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면 도서관에서 작가만남 행사 같은 것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고, 책에 실린 그림의 원화 전시회에 가는 것도 좋아요.
나아가서는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을 확장시켜 나가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곤충 같은 생명체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나중에 진화라는 어려운 주제까지 흥미를 이어가요. 그 분야의 다른 책이나 영화를 보여주는 것도 좋고, 식물원, 박물관 등을 가보는 활동도 좋죠. 한 가지 주제에 너무 고착되거나 갇히지 않게 해주세요.”
Q. 그런데 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떤 것이 좋다고 하면 모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교육 시장이나 교재교구 업체의 광고들은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시키는 게 좋다고 부추기기도 하고요.
“양이 많다고 다 좋은 게 아니에요. 옆집에서 한다고 꼭 우리도 해야 하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독서 후 활동의 경우만 봐도,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활동은 절대 권하고 싶지 않아요. 독서가 아닌 활동이 중심이 되면서 주(主)-부(副)가 바뀌어버리고, 부모가 부담을 느끼면 꾸준히 하기도 어렵거든요.
책을 거실 가득 사둘 필요도 없어요. 책이 너무 많아도 아이는 부담이 됩니다. 영유아기나 초등학교 때까지는 책이 책꽂이에 있을 필요가 없어요. 정말 책이 꽂혀야 할 시기는 청소년기인데, 우리는 거꾸로 하죠. 중·고등학생이 되면 아이가 좋아하던 책은 책꽂이에서 다 사라지고 교과서와 학습지만 꽂혀 있잖아요.
부모가 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하면 됩니다. 좋다는 것만 무작정 따라하면 나중에 힘들어지고 보상심리도 생겨요. ‘내가 아이한테 해준 게 얼만데, 왜 얘는 성적이 안 오르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부모의 환경에 맞게 하는 게 제일 좋아요. 그래야 오래 유지하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Q. 최근에는 책(Book)과 유튜버(Youtuber)를 합쳐 만든 ‘북튜버’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직접 읽지 않고 북튜버를 통해 내용을 듣는 것으로 대신하는 건데요,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책을 직접 읽는 게 거친 잡곡밥을 먹는 거라면, 북튜버를 통한 책 읽기는 미음이나 죽처럼 소화하기 좋게 만든 유동식을 먹는 느낌이죠. 너무 쉽고 편리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읽은 것을 다시 섭취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시각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책을 읽고 해석하는 감성과 사고의 능력이 없어질 수도 있는 거죠.”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아이의 발달에도 좋은 영유아기 독서. 국내에서도 이러한 장점들을 고려한 다양한 정책사업들이 시행되고 있다.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은 대표적인 예다.
1992년 영국에서 출범한 북스타트 운동은, 그림책을 매개로 아기와 부모가 풍요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대화를 통해서만 길러지는 인간적 능력들을 심화시킬 수 있게 돕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육아 지원과 기회의 편차 및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을 북스타트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 10월 기준, 전국 228개 가운데 141개 지방자치단체(61%)에서 북스타트 사업을 시행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18개월 이하 영유아와 양육자를 대상으로, 각 자치구 공공도서관을 통한 영유아 발달단계에 맞춘 독서 프로그램 ‘서울형 북스타트’ 사업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서울형 북스타트’를 통해 그림책 두 권과 북스타트 가이드북, 도서관 안내 리플릿 등이 들어 있는 책 꾸러미를 제공한다. 또한 각 자치구의 공공도서관을 통해 영유아 발달단계에 맞춘 독서 프로그램과 육아 정보 서비스, 육아 커뮤니티와 자원 활동가를 지원하는 것도 사업의 주요 내용이다.
◇ "책 읽기마저 양으로 경쟁시키는 교육… 독서통장은 폭력적 방식"
정 연구원은 진정한 독서의 목적을 “책 읽는 자체의 즐거움”으로 정의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학교에서 시행하는 독서교육 사업으로는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대표적이다. 책 한 권을 읽고 생각 나누기, 독서일지 쓰기, 서평 쓰기, 책대화 하기, 독서토론 하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전개하는 통합적 독서교육. 2015년 개정 교육 과정에 따라,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정 연구원은 “‘한 학기 한 권 읽기’처럼 공교육 내에서 독서교육을 하는 게 제일 좋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교육과 달리 모든 아이들이 고르게 수혜를 받을 수 있고, 부모들도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연구원은 학교 안 독서교육이 경계해야 할 지점을 분명히 했다. 바로 어떤 보상을 얻기 위한 ‘강화물’로써 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정 연구원은 “독서골든벨, 독서통장, 독서기록장, 상벌제 등의 평가 방식은 불필요하다”며, “폭력적인 방식”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양으로 승부하거나 경쟁을 시켜서 책을 읽게 하는 건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그 까닭. “결과물로 평가하지 않아도 분명히 아이의 마음과 정서와 지식에 복합적인 양분들이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KBS가 추진하던 프로그램 ‘어린이 독서왕’은 시험과 경쟁을 부추긴다는 교사와 학부모의 반발에 부딪쳐 정규 편성이 무산됐다. ‘어린이 독서왕’은 초등학교 3~6학년생을 대상으로, 책 40권을 선정해 독서능력평가시험을 보고, 시험에서 선발된 학생들을 데리고 독서골든벨 대회를 여는 프로그램이었다.
정 연구원은 독서통장과 같이 독서를 양적으로 평가하려는 생각이 “우리 교육의 모든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경쟁을 자극하는 것”. 정 연구원은 “독서통장을 억지로 쓰면서 점점 더 책을 싫어하게 되는 것보다는 독서통장을 안 쓰면서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책을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정 연구원은 “책 많이 읽었다고 아이들한테 과도한 칭찬을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아이들은 부모의 칭찬을 듣는 게 최대 목표이기 때문에 칭찬을 들으려고 억지로 책을 읽게 된다”며,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반대로 바뀌어서 책을 멀리하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부모들이 사교육을 선택할 때는 늘 ‘불안’이 이유로 따라다닌다. 독서교육 역시 마찬가지. 책을 많이 읽으면 학습능력이 좋아진다는 생각에 독서를 학습처럼 여기고, 누가 더 많이 읽었나 경쟁하고 평가하기도 한다. 독서의 목적을 ‘학습’에 두기 때문에 부모들은 늘 아이에게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읽었는지 묻는다.
정 연구원의 마지막 당부는 그 ‘불안’에 대한 것이었다. 독서교육의 목적을 성적이나 입시에 두지 말고, “책 읽는 것 자체의 즐거움”에 두라는 말. 그는 “자기가 원하는 책에 흠뻑 빠져서” 읽으며, “책을 삶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아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우리 교육의 목표 또한 그것이 되기를.
“내 문제가 아니라 자식 문제라, 불안을 내려놓기가 더 힘든 것 같아요. 지금 사회는 변했고 미래는 더 많이 바뀔 텐데도, 부모가 살아온 삶의 방식만 자녀에게 투영시키는 거죠. 사회보다 늦게 변하는 게 교육이에요. 내 문제라면 오히려 빨리 변할 수 있지만, 자식 문제라서 더 변하기 힘들어요.
교육은 각자도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교육의 양극화가 너무 심해집니다. 교육의 주체가 되는 부모들이 변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죠. ‘SKY’만 가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인생은 수많은 동화책의 결론처럼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아요.
진정한 독서의 목적은 책 읽는 것 자체의 즐거움이어야 하죠. 자발적으로 책을 고르고, 다른 사람과 나누고, 또 확장하고 체험하면서 책이 삶의 한 부분으로 들어와 있으면 언제든 다시 책을 집어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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