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주인공이 아니면 안 된다는 아이때문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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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천센터 작성일20-05-16 11:01 조회2,90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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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아이의 사회성 발달과 주도성
Q. 여섯 살 우리 딸, 공주 놀이를 제일 좋아합니다. 물론, 본인이 공주 역할을 해야 합니다. 놀이할 땐 항상 주인공만 맡고 싶어 하고요. 외동아이이고 부모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라서 그런지 아이는 늘 자신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항상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커 보여요. 이런 아이의 태도가 사회성 발달에 문제로 될까 봐 걱정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가 공주야! 내가 주인공이 아니면 안 된다고!" ⓒ베이비뉴스
◇ ‘주인공’만 강조해 온 것은 아닌지, 부모의 태도부터 점검해 봅시다
유아는 간접적인 경험 후 상상하며 실제를 만들어가는 특성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책이나 만화에서 본 세상을 현실과 연결하는데, 이는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물환론적 사고’와 맥락이 비슷합니다. 책 속의 주인공과 실제 함께한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며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죠.
이런 현상은 유아의 자연스러운 발달 단계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유아는 발달하는 중이고, 과업을 성취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양육자가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혹시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 어떻게 읽어주시나요? 스토리의 흐름보다는 주인공의 표현과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진 않은가요? “여기서 주인공은 누구일까?”, “주인공이라면 여기서 어떻게 했을까?” 등 주인공이 영웅이 되고 돋보이는 상황들을 강조한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자극적인 영향을 주고 감정적으로 빠져들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그 순간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OO라면 여기서 어떻게 하겠니?” 같은 질문은 아이가 동화 속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하는 데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부모의 이런 질문은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사고력 향상에 도움 되는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동화의 내용과 등장하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데 방해될 수 있습니다.
◇ 존재감 충분한 아이는 굳이 ‘주인공’ 역할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내가 주인공이지 않아도 괜찮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교적 결핍감이 적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때 가능합니다. 만약, 자신의 존재감이 충분하다면 주인공을 하면 하는 대로, 관객을 하면 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상황에 맞춰 충실히 행동할 수 있게 됩니다.
유아에게 존재감이 충만하다는 것은 절대적인 존재인 부모에게 자신이 받아들여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부모님은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하는 것은 아이의 존재감은 확대되거나 축소되지 않아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일이란 쉽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면 사랑하기 때문에 더 바라는 것이 생기고 요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소망을 아이에게 투영하는 것도 부모와 자녀의 자유로운 관계를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아이는 부모 눈에 비치는 자신을 봅니다. 아이를 생각하고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과 태도가 아이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부모가 아이에게 온전히 사랑을 주고 충분히 교감한다면 아이는 정서적 만족감이 높아집니다. 정서적 만족감이 높은 아이는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상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되지요. 건강한 자아상은 자아존중감과 자신감의 토대가 되며 또래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즉, 자신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에 따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관계의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 아이 존재감 스스로 키우는 ‘주도성’…부모의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아이의 사회성은 주도성이 발판되어야 하고, 이 주도성은 부모의 경청하는 태도에서 비롯합니다. 아이의 말에 최대한 귀 기울여 주고 늘 답이 열려있는 질문을 던져주세요. ⓒ베이비뉴스
교육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은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를 8단계로 나누고 이를 사회적 상호작용과 연관해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3~5세에 해당하는 3단계가 되면 주도성을 성취할 수 있는데, 이 시기에는 또래와 경쟁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주장하며 주도성을 키운다고 합니다. 아이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곧 주도성과 관련이 있으며,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겠습니다.
발달 단계의 과업이 성취된다면 성장에 청신호겠지만 때론, 충분한 성취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도성을 성취하지 못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요. 에릭슨은 주도성을 성취하지 못했을 때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주장하지 못하거나 경쟁에서 도태되는 경험은 죄의식을 낳게 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성을 키우려면 주도성이 필요합니다. 주도성은 자기 생각과 의견을 주장할 때 발휘됩니다. 아이가 주도성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요. 우선,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가 자신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무 때나 이야기를 하지만, 부모가 늘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란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는 “우리 엄마 아빠는 내 말은 잘 안 들어줘”라고 서운해할 수 있고, 그때 느끼는 서운한 감정은 아이의 주도성을 키우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편 아이의 말을 경청했다면 아이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때 주의해야 할 점, 질문은 열려있어야 하고, 소크라테스식 질문법(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깊게 생각해야 대답할 수 있는 질문법)이 유용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질문하는 부모를 발판삼아 주도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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